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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원소재 불량, 왜 반복될까? 현장에서 찾은 원인

제조 현장에서 금속 가공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보통 열처리, 가공조건, 작업방법부터 확인합니다. 하지만 여러 품질 문제를 추적하다 보면 문제의 시작점이 원소재 자체였던 경우도 있습니다.

더 어려운 점은 이런 원소재 문제가 고객에게 바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Mill Certificate의 화학성분과 경도는 규격을 만족하고 외관도 정상인데, 실제 사용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마모, Chipping, Crack 또는 열처리 후 편차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철강 원소재 문제 원인조사 인포그래픽스
철강 원소재 문제 원인조사

여러 철강업체를 평가하면서 생긴 의문

업무상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여러 철강 및 소재업체를 방문하고 평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원소재 관리기준이 있는데 왜 소재 불량은 계속 발생하는가?”

철강 제조에는 용해, 정련, 주조, 단조 또는 압연, 열처리, 검사 등 단계별 관리기준이 있습니다. 기준대로 제대로 제조하고 검사한다면 심각한 원소재 불량은 적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관리 소홀이나 작업자의 실수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업체와 사례를 반복해서 보면서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생산량과 원가에 대한 압력이었습니다.

왜 기준대로 제조해도 원소재 불량이 발생할까?

제조업에서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이 생산하면 매출과 설비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수율을 높이고 원재료 비용을 줄이면 이익도 증가합니다.

문제는 생산성 향상이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했던 공정의 여유까지 줄이기 시작할 때입니다.

현장에서 주의 깊게 보게 된 항목들은 정련·용해시간 단축, 균질화 시간 단축, Furnace Loading 증가, 단조비나 가공량 감소, Crop·제거량 축소, 검사 Sampling 축소, 저가 원료나 Scrap 사용 확대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변경 하나하나가 곧바로 불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 검증을 통해 동일한 품질을 확보하면서 시간을 줄였다면 정상적인 생산성 개선입니다.

하지만 왜 그 공정시간과 관리기준이 필요했는지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생산속도나 수율만 높이면 품질의 안전마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 소재업체를 평가하면서 중요하게 보게 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규격을 만족하는 소재’와 ‘좋은 소재’는 다를 수 있다

원소재 품질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 중 하나입니다.

Mill Certificate의 화학성분이 규격 범위에 있고 경도가 정상이라고 해서 모든 소재가 동일한 성능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Steel Grade라도 비금속 개재물, Segregation, Carbide의 크기와 분포, 내부 건전성, 잔류응력, 조직 균일성 등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적인 성적서나 외관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후 고객이 소재를 가공하고 열처리하고 실제 제품으로 사용하면서 나타납니다.

예상보다 Tool Life가 짧아지거나, Chipping과 Crack이 증가하거나, 열처리 결과의 편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미 여러 제조공정을 거쳤기 때문에 원인을 다시 원소재까지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원칙이 있습니다.

Specification을 만족하는 소재와 안정적으로 좋은 성능을 내는 소재는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좋은 소재업체를 판단할 때 무엇을 봐야 할까?

이런 경험을 하면서 원소재 관리는 Certificate 확인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소재라면 “무엇을 공급받았는가?”뿐 아니라 “이 소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공급업체를 평가할 때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중요하게 봅니다.

  • 정련과 용해 조건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 Heat와 Lot의 추적성이 확보되어 있는가?
  • 단조비와 균질화 조건은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는가?
  • Furnace Loading 기준이 있으며 실제로 준수되는가?
  • 공정조건 변경 시 검증과 승인 절차가 있는가?
  • 검사 Sampling 기준은 무엇이며 임의로 축소할 수 없는가?
  • 부적합 발생 시 동일 Heat 또는 Lot까지 추적할 수 있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검사성적서 한 장이 아니라 그 품질을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제조 시스템이 존재하는가입니다.

여러 소재업체를 평가하면서 얻은 결론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공정기술을 개선하여 동일한 품질을 더 짧은 시간에 생산한다면 그것은 좋은 생산성 향상입니다.

문제는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했던 공정시간, 검사, 가공량 또는 관리기준을 줄여 생산량을 높이는 경우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원가가 낮아지고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품질비용은 결국 고객 공정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소재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작업자가 관리를 잘못했다”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한 가지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생산 시스템이 품질보다 생산량과 원가를 우선하도록 만들어져 있지는 않은가?”

좋은 원소재 관리는 결국 눈에 보이는 Certificate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단순히 가격과 규격을 비교하는 일이 아니라,

“이 공급업체의 제조 시스템은 규격에 맞는 좋은 소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를 판단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제가 여러 철강 소재업체를 평가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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